안녕하시냐는, 안녕하시라는 덕담이 어느 때보다 다가오는 새해입니다.
‘안녕’, 그냥 인사말이거니 했지요.
그런데 2024년에서 2025년으로 건너오면서 나라에, 이웃에 일어나고 있는, 짐작조차 못 했던 일들을 마주하고 보니, ‘안녕’이라는 말의 소중함과 절실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었던 그 안녕이 지키고 돌봐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나의 안녕과 우리 모두의 안녕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됩니다.
빌 펄롱은 클레어 키건의 소설이자 팀 밀란츠 감독의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딸 다섯을 키우며 석탄배달업을 하고 있는 성실한 자영업자이자 마을 사람들 사이에 신망이 있는 마을 주민입니다. 펄롱의 마을에는 막달레나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가 있고 수녀원은 그 마을의 교육과 운영의 중심에 있습니다. 물론 펄롱은 딸들이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 해 겨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던 펄롱은 수녀원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당시 사회의 윤리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는 소녀들을 보게 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임신한 상태로 석탄 창고에 감금되어있는 한 소녀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소녀를 구해야 하나, 하지만 ‘그 아이는 우리 애가 아니야’라는 아내의 말, 수녀원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을 사람의 충고, 딸들이 수녀원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냐는 수녀원장의 은근한 협박은 모두 ‘그건 네 책임이 아닌 일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라라는 이름의 그 소녀를 석탄 창고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아도 펄롱의 일상은 변함없이 유지될 테니까요. 오히려 그 소녀를 구한다면 펄롱의 일상은 위태로워질지도 모릅니다.
그 소녀를 외면해도 될까, 그래도 펄롱은 사라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소녀와 같은 이름이었던 펄롱의 엄마, 사라도 열여섯에 펄롱을 낳았고 펄롱은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였지요. 다행히 엄마는 윌슨 부인의 친절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펄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펄롱은 어린 시절의 그를 구했던 윌슨 부인의 친절을 기억하며,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일은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일이 될 것’을 깨닫고 그 소녀를 창고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함께 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