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3년 하자의 연말 인사를 하게 된 죽돌 ‘단’입니다. 저는 하자에서 두 번의 활동을 했어요. 22년에는 '생활기술작업장'을, 23년에는 '가을 하자글방'에 참여했답니다.
올해 여러분에게는 어떤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나요? 저는 몇 달 전 퇴사를 했는데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최근 4년간은 회사와 집의 반복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만큼,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굳게 믿던 사람이에요. 한눈팔지 않고 성장해야만 나의 선택이 결점으로 남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이론보다는 실무에서 배움을 얻고 싶어 대학이 아닌 회사를 선택했고 그것은 저의 결정이었지만, 어느 순간 성장보다는 그저 ‘고졸’이 결점으로 남지 않기 위해 관성적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구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싶었어요. 이십 대는 앞으로 살아갈 날의 많은 힘이 비축되는 시기일 텐데, 언젠가 이 시기를 돌이켜봤을 때 커리어로서 성장은 했을지 언정 분명 후회하는 마음이 더 클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는데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먹고 보고 또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이 항상 궁금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를 관두고 영어를 배우며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몇 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신입으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조급해 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요. 또 이미 사회가 정해둔 트랙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까짓 거 조금 더 벗어나 보기로 했어요.
흔히 좋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 ‘이 가수는 본인만의 색이 뚜렷해서 좋다’라는 말로 칭찬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려 애를 쓰는 것 같아요.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을 좇고, 사회가 정해둔 ‘이 나이라면 무엇을 해야지’같은 기준이 정답인 것처럼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경쟁이 심해 항상 사회의 기대치에 맞춰야 하고, 남들의 눈치를 쉽게 보는 한국 사회의 특징 때문일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그럴수록,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정답이라 말하는 것들에 달리 생각하고, 내 속도대로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그리고 그런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회사와 집만 오가는 지루한 나날 속에서, 유독 하자에서의 시간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제가 바라던 이상적인 사회이자 공동체라고 느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자글방은 ‘누가 얼마나 더 잘 쓰는가’를 기준으로 두기보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을 지향했고, 생활기술작업장에서는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지만 삶에 있어 분명 살아가며 필요한 것들을 배웠어요. 집을 수리하고 공구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며 자립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었죠. 하자는 여러 형태의 삶과 배움의 방식을 제시하고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하자센터에서의 배움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말고 문을 두드려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이미 하자에 다니는 죽돌이라면, 내면의 목소리에 소홀하지 않고 나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래봅니다. 그리하여 선명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길.
단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