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자센터 판돌이자 17개월 아이의 엄마, 재은입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오랜만에 출근하려니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이와 하루의 절반을 떨어져 있을 수 있을까. 아이에게 엄마가 전부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마치 내가 아이를 ‘외면해야’ 출근할 수 있는 것 같았거든요. 처음 일주일은 무척 힘들었어요. 나갈 준비하는 저를 향해 아이는 뻬애앵 울어댔습니다. 우는 아이를 두고 현관문을 닫을 때 어떤 마음인지 아세요? 세상이 무너집니다. 영혼은 집에 남겨두고 껍데기만 사무실에 앉아있는 상태였어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이는 엄마 껌딱지가 됩니다. ‘엄마 오기만 해’ 벼르던 것처럼, 그림책과 장난감을 건넵니다. 제가 화장실 간다고, 옷 갈아입는다고 일어나면 으앙. 아이를 어르고 달래면 잘 시간. 아이가 새벽에 깨기라도 하면, 야근과 밤샘 근무의 연속이죠.
출근하고 50일이 지난 지금, 이제야 조금 적응하고 있어요. 제가 외투를 입으면 아이는 열심히 손을 흔들어요. “엄마 다녀올게. 이따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갈게!” 제 말에 곧잘 “응!”이라 대답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나서는데요. 출근하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갑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마구 샘솟아요. 좋은 하루를 보내야지! 아자자! 활기찬 하루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출근하는 마당에, 내 에너지를 허투루 쓸 수 없으니까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달리진 게 무어냐 묻는다면, 수만 가지(!)가 있지만 지금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건 이 지점입니다. 나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졌다는 것. 그로 인해 순간순간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피곤을 달고 살면서 행복하다니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기쁨을 누리며 엄마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판돌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질문의 연장선에서, 하자에서 만나는 청소년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오디세이학교 길잡이 교사를 담당하고 있답니다. 올해 10년이 된 오디세이학교 파이팅, 10기 파이팅!)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응원을, 자기만의 속도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오늘도 오늘을 잘 살아내요, 우리! 아자자!
하자센터 판돌 재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