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언어가 교차하는 오후 3시, 하자투어를 마친 참여자의 소감 한마디가 구심점 공간에 나지막이 울려 퍼집니다.
”하자센터는 퀼트 같네요. 서로 다른 시공간에 머물렀던 다양한 사람과 사물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대외협력사업을 맡아 하자의 매력을 구석구석 발견해 가고 있는 신입 판돌 '해초'입니다. 하자를 누비다 보면 투어 참여자들의 손과 발이 유독 바빠지는 순간들을 목격하곤 합니다. 매 투어 소감마다 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두 가지, 바로 ‘하자 약속문’과 ‘999클럽’ 앞이 대표적인데요. 구심점을 빠져나와 벽면 가득(심지어 화장실 문앞까지!) 붙은 하자 일곱 가지 약속을 마주하는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해요. 죽돌과 판돌이 머리를 맞대고 손수 지은 문장들을 찰칵찰칵 담아냅니다.
계단을 올라 999클럽에 들어서면 이번에는 발걸음이 분주해집니다. 999클럽은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을 기억하며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어진 뜻깊은 공간입니다. 개관 당시 댄스홀로 사용하던 이곳은 2010년대 들어 보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면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대신 옛 마룻바닥을 일부 남겨두었는데요. 경계선을 오가는 발들은 마루를 톡톡 두드리고 가만히 밟아보며 하자의 결을 디딥니다.
깊은 여운을 안고 다시 구심점으로 돌아와 마주 앉았을 때 들은 ‘퀼트 같다’는 이야기는 하자의 공간을 돌아보게 했어요. 약속문과 옛 마룻바닥처럼, 공간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이 새롭게 찾아온 이들의 시선과 맞닿는 동안 하자는 계속 새롭게 쓰이고 있어요.
1999년 처음 하자의 문을 열어젖혔을 청소년의 발걸음부터, 2026년 바다 건너 해외에서 찾아온 어느 학교 선생님이 건넨 투어 소감 한마디까지. 모두 저마다의 조각으로 모여 하자라는 퀼트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신입 판돌로서 하자가 지켜온 오랜 대화의 온기를 더 많은 분께 부지런히 전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다음 투어에서는 또 어떤 뜻밖의 만남들로 하자를 넓혀가게 될지 궁금해요. 짝수 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3시, 여러분의 조각을 들고 하자센터로 슬쩍 놀러 오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