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좋아합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7월이면, 태풍 속에서 찌그러진 우산을 붙잡고 걷던 주인공 노리코가 떠오르곤 합니다.
별 뜻 없이 시작하게 된 다도 수업에서 끊임없이 “왜요?”를 묻는 노리코에게 노령의 다케타 선생은 말합니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먼저 형태대로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알게 됩니다.” 긴 세월 다도를 포기하지 않은 노리코는 문뜩 자신의 몸에 익숙하게 자리잡은 ‘형태’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치유도 경험합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어요.
하자 오디세이학교 죽돌들의 7월은 몸으로 부딪친 경험들로 무르익었습니다. 뙤약볕 아래 틀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로 다과회를 준비하여 하자의 판돌들과 나누고, 1학기 회고를 통해 “좋았다.”, “지루했다.”는 감각의 이유를 찾고 언어로 빚어내는 치열한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서울 전역에서 중등 3학년 청소년들이 찾아오는 ‘오디세이 학교 체험의 날’에는 모든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개인의 한계와 긴장을 ‘함께하는 죽돌들’과 연대하여 이겨내보기도 했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을 초대해 학습공유회 ‘136 기록하자’를 진행하며 한 학기를 마무리하기까지 7월의 폭염보다 뜨겁고 폭우보다 세찬 여름을 보냈어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뜻이 아니라고 합니다. 맑은 날, 흐린 날, 기쁜 날, 슬픈 날, 뿌듯한 날, 부끄러운 날들까지, 각양각색의 서툰 하루들이 모두 그 날 만의 가치를 품은 ‘좋은 날’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름방학을 앞둔 지금 갓생 계획으로 빽빽한 계획표를 세우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겠지요. 조금 게으른 날들도 괜찮습니다. 지금 뭔가를 성취하지 못하거나 뚜렷한 목표를 발견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좋은 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오늘 하루를 기꺼이 감당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울창한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과 함께 돌아올 죽돌들에게 깊은 애정을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